잠(Le sixième sommeil)

도서명: 잠(Le sixième sommeil)
글쓴이: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출판사: 열린책들

쪽잠이라는 우승 비결을 보유한 항해사 아버지와 유명한 신경생리학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자크 클라인은 어렸을 때부터 잠에 대한 흥미를 보였고, 수면을 통해 뛰어난 학습 성과를 보이며 어머니 카롤린을 따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수면 6단계 에 진입하려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돌아가고 피실험자가 사망하자, 이에 카롤린은 자취를 감춘다. 그러던 어느 날 자크의 꿈 속에 20년 후의 자신이 나타나 카롤린을 찾아 말레이시아로 가라고 한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자크는 일명 ‘꿈의 부족’ 세노이족과 조우하게 되고, 그들로부터 꿈의 세계에 대한 더 깊은 지식을 얻게 된다. 세월이 흘러 파리로 돌아온 자크는 수면 6단계에 진압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나간다. 겨우 다시 만난 카롤린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자 그녀를 살리기 위해서 연구에 박차를 가하던 자크는 마침내 솜누스 인코그니투스에 도달하고 과거의 자신이 꾼 꿈 속으로 돌아가 20년 전의 자신에게 카롤린을 구하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보충 설명을 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알려진 수면의 단계는 총 여섯 단계가 있다. 0단계는 입면, 1단계는 아주 얕은 잠, 2단계는 얕은 잠, 3단계는 깊은 잠, 4단계는 아주 깊은 잠, 그리고 5단계는 역설수면이다. 1단계에서는 몸의 긴장이 풀리고, 2단계에서는 말소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3단계에서는 외부의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고, 온몸이 이완되며 호흡이 느려진다. 4단계에서부터 꿈이 시작되는데, 이 단계에서 질병에 대한 저항력과 성장을 돕는 물질이 생성되며, 낮에 배운 기억을 저장하는 것도 이 단계이다. 그리고 역설수면이라고도 불리우는 5단계에 도달하면 몸이 극도로 이완되는 반면에 뇌는 가장 활발해지는 역설적인 상태가 된다. 이때 우리는 더 건강해지며, 거짓을 잊고 중요한 사실들을 선별해 기억한다.

이번에도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가 제시한 수면 6단계 솜누스 인코그니투스는 수면보다는 죽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무의식이 시각화된 뇌를 볼 수 있으며, 뉴런을 비틀어 과거의 꿈 속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상상력의 집합체란 말인가! 솜누스 인코그니투스에서 우리는 마침내 진정한 자아를 만날 수 있다. 나는 모두를 용서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아무도 용서하지 않았으며, 다만 무의식 저편 깊숙한 곳에 숨겨 두고는 용서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자각했을 때 한 사람이 느낄 그 충격이란! 하지만 이러한 깨달음은 함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잘 느낄 수 있다. 약물로 인위적인 죽음을 만들어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솜누스 인코그니투스인 것이다. 이는 목숨을 내건 도전만이 진정한 지혜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요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이 차지하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개중 몇몇-또는 다수-은 공부나 일 등이 잠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며 밤을 새우곤 한다. 대한민국 시민 중 하루 적절 수면 시간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또한 이러한 수면 부족에 수반되는 불면증, 기면증, 몽유병 등의 수면 질환이 점점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할수록 우리는 수면시간을 쪼개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파피용(Le Papillon Des Etoiles)

도서명: 파피용(Le Papillon Des Etoiles)
글쓴이: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출판사: 열린책들

꿈은 있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과학자 이브 크라메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친 전직 요트 선수 엘리자베트 말로리,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억만장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 그리고 박식한 생물학자 아드리앵 바이스는 선발된 인류 14만 4천명을 거대한 우주선에 태우고 새로운 행성에서 인류 문명을 다시 시작하는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세간의 반대와 무시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우주선 은 제2의 지구가 될 행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1세대 지도자들 이브, 엘리자베트, 가브리엘과 아드리앵이 사망한 이후 탑승객들 사이에서 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그 후 천 년의 시간이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생존자는 단 여섯 명뿐. 두 명밖에 탈 수 없는 우주 왕복선에 탑승하기로 선택된 엘리자베트-15와 아드리앵-18은 새로운 행성에서 살아가려 하지만 엘리자베트-15가 죽고 만다. 이에 인류를 이어나가기 위해 아드리앵-18은 자신의 골수로 새로운 인간 여자 에야를 만들어내고, 아드리앵-18일 에야에게 옛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이 소설은 인류 탄생의 설화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아무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공룡의 멸종이 실은 에서 온 사람들 때문이었다면?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자신들의 고향을 잊은 채 이곳만이 유일한 라고 믿게 되면? 은 또한 성경의 창세기를 반영하고 있다. 아드리앵-18은 최초의 남자 아담, 아드리앵-18의 늑골로부터 태어난 에야는 아담의 갈비뼈로부터 태어난 이브, 엘리자베트-15는 최초의 여자 릴리스, 그리고 초반에는 프로젝트의 훌륭한 조력자였지만 후에 사람들을 이끌고 원래 지구로 돌아간 이브의 비서 사틴 방데르빌트는 사탄을 대변함을 알 수 있다. 또한 프로젝트의 시발점이었던 이브는 야훼, 창조주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은 인류의 습성’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계 행성을 개척하고 식민지화하려는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은 이러한 인류의 가능성,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계점 또한 잘 보여주고 있다. 파피용 호 안에 완벽한 유토피아를 실현하려던 이브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해왔던 것처럼 서로 세력을 나누어 대립하고, 그 사이에서 독재자들이 군림한다. 필자는 이 또한 인류의 습성이라고 생각한다.

일전에 낭시 대학 행동 생물학 연구소의 연구자 디디에 드조르가 행한 실험이 하나 있다. 단 하나뿐인 문이 수영장으로 통해 있고, 먹이가 담긴 사료 통은 수영장 건너편에 있는 우리 안에 쥐 여섯 마리를 넣으면 수영을 해서 먹이를 가져오는 피착취형 쥐와 그런 쥐들의 먹이를 뺏어 먹는 착취형 쥐가 나뉜다는 내용의 실험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피착취형에 속하는 쥐들만 따로 모아서 우리에 넣었을 때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었다.

파피용 호의 탑승객들을 보자. 1세대 지도자들은 면밀한 심사를 거쳐 탑승객들을 선발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분명 올곧고 문제를 일으킬 만한 요소가 전혀 없어 보이던 사람들이 싸우고 또 싸워서 단 여섯 명만을 남겨 놓는 결과를 낳았다. 더 나은 인류 문명을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결국 예전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인간은 변혁을 시도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기를 두려워한다. 우리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의 정체도 모르는 채 한 발짝 나아가느니,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편한 것이렷다.

소설의 끝에서 에야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은 계속해서 되풀이되어왔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다. 사실은 이전에도 몇백 개의 지구와 몇백 대의 파피용 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참으로 암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끝없이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 안에 갇혀 있는 주제에 스스로를 혁명가라고 칭하는 것이다. 이래서야 우물 안 개구리의 자화자찬을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기대를 걸 수 있는 건 에야와 같이 「계속 도망칠 수만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젊은이들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